
미술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사치의 극단이고
일반적인 무지렁이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나는 본다는 사실에서 쾌감을 느끼는 매체임
옛날 귀족들이 각종 유화와 조각 소비(후원, 의뢰, 구매, 수집, 전시 등)를 독점한 것처럼 ㅇㅇ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만은 유독 더 특별해지길 바람
이미 경제적으로 우월한 상류층도 마찬가지임
단순히 많은 돈을 넘어
일반인들은 갖추지 못한 특별한 교양까지 갖추고 싶어함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걸 '구별짓기(Distinction)'라고 주창했음

그런데 문명과 기술이 발달하고 먹고살 만해지니까
일반 대중들의 평균까지도 너무 올라버림
그래서 이제 근대 이전 수준의 미술 정도는 세상 누구나 어느 정도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됐음

공교육 교과서에 나올 만큼 ㅇㅇ
즉, '구별짓기'의 선이 흐려진 거임

그러니까 다시 제대로 구별 짓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중을 '입구컷'시키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것이 바로 현대 미술임
애초에 격리라는 목적이 암묵에 깔린 장르 ㅇㅇ
그 와중에 미술품을 이용한 상류층들만의 재산 투기, 돈세탁 등은 덤이고

흔히들 말함
난해한 현대 미술이 탄생한 이유는 사진기의 발명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실제로 사진기의 발달이 재현에 근간을 둔 기존 미술을 모조리 죽였다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 홀로 미술이 도달한 새로운 결과
현대 미술이 지금 수준의 대중 괴리로 수렴한 것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함

사실 이론상 추상적·철학적이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미술이라는 도달점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잖음?
당장 현대의 뱅크시만 해도 철학적 미술을 하면서도 대중과 괴리되지는 않았잖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음
그야 상류층 구별이라는 이유 또한 뺄 수가 없으니까
그 또한 핵심이니까

요컨대
'대중이 이해를 못 하는 걸 보니 이상한 것이다'가 아니라
애초에 '대중은 이해를 하지 말라'고 만든 것임

물론 철저한 의도의 결과라는 건 비약임
부자와 미술가들끼리 어디 모여서 이렇게 하자고 명시적 합의를 했다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냥 우스운 음모론임

다만 자본은 문화적 자연 선택의 압력을 낳고
그 자본이 오래전부터 그런 선호를 지니고 있었을 뿐

미술가 개개인의 고뇌와 투쟁을 논하겠다는 것도
나아가 폄하하겠다는 것도 아님
사실 처음에는 사진기라는 재앙에 직면한 미술가들의 새로운 도전이자 순수한 혁신이었을 거임
그런 아름답고 무수한 도전 중에서 끝내 살아남은 한 종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ㅇㅇ
애초에 현대 미술 하면 대표적으로 나오는 마르셀 뒤샹의 변기, '샘'부터 기존 부르주아적 미술 시장에 대한 반항이었음
어디 이런 것도 한번 팔아먹어 보라고

그리고 자본은 그 반항조차 기꺼이 소화시켜서 팔아먹었음

그러니까 그냥 실질적 결과를 낳는 집단에 초점을 두자는 거임
지금의 현대 미술 트렌드가 그 집단이 낳은 결과고

자본은 본능적으로 희소성과 배타성을 바람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만약 고전 미술의 붕괴 속에서
'대중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현대 미술'과
'선택된 소수만이 이해하고 향유할 수 있는 현대 미술'이라는
두 미래 선택지가 명시적으로 딱 주어졌을 때
'제작자와 소비자를 모두 포함한' 미술계는 스스로 무엇을 선택했을까?

의도가 깔려 있다는 건 바로 그런 의미임
시작은 개개인의 의도가 아니었어도
결과는 거대한 불특정 다수 집단의 암묵적 의도라고 볼 수 있다는 거 ㅇㅇ

미술이 현대 미술이라는 '건방진 별종'을 낳은 게 아님
미술의 본질은 예전 그대로임
다만 대중이 바뀌었기에 거기에 맞췄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