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국대 경기를 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왜 프랑스 국가대표인데 선수들 상당수가 흑인이지?”
선수들의 사진과 이름만 놓고 보면 프랑스 대표팀이라기보다는 아프리카 올스타팀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프랑스 국대의 아프리카화는 단순히 이민자 인구 증가의 결과일까?
흥미롭게도 답은 “그것만은 아니다”에 가깝다.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파리 북동부의 센생드니라는 지역을 알아야 한다.
현대 프랑스 축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유럽의 열강인 프랑스는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거대한 식민지 제국을 가지고 있었다.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같은 북아프리카는 물론 세네갈, 말리,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콩고까지.
그리고 그 역사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중 상당수가 정착한 곳이 바로 파리 북동부의 센생드니다.
즉 오늘날 센생드니는 단순한 파리 외곽의 한 지역이 아니다.
현대 프랑스의 이민 역사와 인구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그리고 동시에 현대 프랑스 축구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실업률도 높고 범죄율도 높다.
여러분이 관광객으로 간다면 일부러 찾아갈 이유도 거의 (아예)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프랑스 최고의 축구선수들은 계속 이곳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봉디(Bondy)다.
인구 5만 명 남짓한 평범한 도시인데
여기서 최근 튀어나온게


그리고 범위를 파리 근교 전체로 넓히면
폴 포그바
은골로 캉테
클로드 마케렐레
파트릭 비에이라
칼리두 쿨리발리,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각각 세네갈, 가봉선택) 같은 선수들이 끝도 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이 지역이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만 배출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같은 운동장.
심지어 같은 유소년팀에서 뛰던 아이들이 성장한 뒤 서로 다른 국기를 달고 월드컵에 출전한다.
어떤 선수는 프랑스를 선택하고,
어떤 선수는 알제리를 선택하고,
어떤 선수는 세네갈이나 말리, 코트디부아르를 선택한다.

대표적인 예가 두에 형제다.
형인 겔라는 코트디부아르를 선택했고,
동생인 데지레는 프랑스를 선택했다.
같은 집에서 자랐는데 국가대표는 갈라진 셈이다.
그래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있다.
“센생드니 하나만 따로 떼어놔도 월드컵 본선급 대표팀을 몇 개는 만들 수 있다.”
과장 같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Q: 아니 근데 흑인들만 축구해요?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운동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환경이다.
프랑스는 생각보다 스포츠의 계층 분화가 뚜렷한 나라다.
럭비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남서부 지역 펍들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비고,
매년 열리는 French Open (롤랑가로스) 역시 국민적 관심을 받는다.
여기에 승마, 요트, 스키, 펜싱 같은 종목까지 더하면 프랑스의 스포츠 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다만 이런 종목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과 환경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중산층
이상
가정의
비중도
높아진다
.
반면 축구는 다르다.
공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센생드니 같은 지역의 아이들에게 축구는 가장 접근하기 쉽고, 가장 현실적인 스포츠가 된다.
수천 명의 아이들이 축구장으로 몰린다.

그리고 그중 살아남은 선수들이 프로 구단 유소년 시스템으로 들어간다.
거기에 프랑스 특유의 뛰어난 육성 시스템까지 더해진다.
결국 현대 프랑스 대표팀의 강점은 단순히 “아프리카계 선수가 많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와 프랑스를 잇는 역사,
이민자 공동체,
센생드니라는 지역,
치열한 축구 문화,
그리고 프랑스의 육성 시스템이 수십 년 동안 결합한 결과다.
그래서 현대 프랑스 대표팀을 보고 있으면 조금 묘한 생각이 든다.
프랑스 대표팀은 프랑스 축구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프랑스가
지난
100
년
넘게
아프리카와
맺어온
관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생각
말이다
.

처음 칼럼이랍시고 짧게 끄적여봄
아스날관련도 아니고 미흡하지만 월드컵시즌 관련해 재밌게 보셨길 바라며 글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