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이것저것 미생물 이야기· 실패로부터 시작된, 복어독(TTX) 생물학적 해독 연구사 30년· 곰팡이의 자가 손상 제어 시스템, 보로닌체 Woronin body· 식물을 죽이는 작은 힘, 곰팡이의 감염전략· 식물이 수억 년간 진화시켜온 면역 체계, PTI와 ETI· 곰팡이가 결정한 공룡의 퇴장과 포유류의 시작 — FIMS 가설· 박테리아가 가진 플레어, OMV의 파지 교란 전략· '아름다운' 바이러스, 튤립 파괴 바이러스 TBV· 두 얼굴을 가진 세균, Xanthomonas campestris· 곰팡이인듯, 그러나 곰팡이가 아닌 난균 Oomycete· 병원체 독성은 항상 감소하는가? 전염력-독성 상충 가설· 플로리다 오렌지 제국의 종말, Candidatus Liberibacter·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 생물방제균 Trichoderma· 병에 걸리지 않는 무한 감자, 육종가들의 꿈 SCP-1689· 맛있는 병원균, 문화가 된 병원균, 깜부기병 Ustilago maydis
[시리즈] 이것저것 미생물 이야기
· 실패로부터 시작된, 복어독(TTX) 생물학적 해독 연구사 30년
· 곰팡이의 자가 손상 제어 시스템, 보로닌체 Woronin body
· 식물을 죽이는 작은 힘, 곰팡이의 감염전략
· 식물이 수억 년간 진화시켜온 면역 체계, PTI와 ETI
· 곰팡이가 결정한 공룡의 퇴장과 포유류의 시작 — FIMS 가설
· 박테리아가 가진 플레어, OMV의 파지 교란 전략
· '아름다운' 바이러스, 튤립 파괴 바이러스 TBV
· 두 얼굴을 가진 세균, Xanthomonas campestris
· 곰팡이인듯, 그러나 곰팡이가 아닌 난균 Oomycete
· 병원체 독성은 항상 감소하는가? 전염력-독성 상충 가설
· 플로리다 오렌지 제국의 종말, Candidatus Liberibacter
·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 생물방제균 Trichoderma
· 병에 걸리지 않는 무한 감자, 육종가들의 꿈 SCP-1689
· 맛있는 병원균, 문화가 된 병원균, 깜부기병 Ustilago maydis

농업에 있어 여름은 과실이 잘 여무는 중요한 계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쟁의 시작이기도 하다.

여름이 되면 줄기, 잎, 과실 할 것 없이 병원균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잡초 문제도 빠질 수 없다.
잡초는 작물과 양분을 두고 경쟁한다. 잡초가 작물보다 웃자랄 경우 햇빛을 가로막아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며, 살균제와 살충제의 살포를 비효율적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에 따라 제초제는 막대한 양이 사용되며,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소비된 농약 중 절반 이상이 제초제일 정도다.

-화학 제초제의 부작용 중 하나인 저항성 잡초 출현
그러나 화학농약을 이용한 제초는 일시적이고,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씨앗까지 약제가 닿지 않아 자랄 때마다 다시 뿌려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에 따른 과도한 사용으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며, 농약에 내성을 가진 식물이 발생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화학농약의 한계점이 점차 부각되며 해당 단점들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것이 현대 농업의 과제 중 하나이다.

-깨씨무늬병에 걸린 벼(좌)와 잡초(우)
그런데, 병에 걸린 작물과 잡초를 보고 있으면 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작물을 감염시키는 병원균이 있다면, 역으로 잡초를 감염시키는 병원균을 이용해 제초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들음병을 유발하는 Ralstonia 세균의 생활사
식물병원균은 감염에 성공하면 숙주를 양분삼아 빠르게 증식하고 퍼져 나간다. 또한 토양에 오래 잔류하여 완전한 방제가 어렵다.

-미생물 제초제의 효과
그런데 이를 잡초에 대입한다면, 소량 살포만으로도 스스로 증식하고 퍼져 나가며 주변 잡초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또한 식물병원균은 종류에 따라 장기간 토양에 잔존하거나 씨앗까지 공격하는 경우도 있기에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잡초 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비감염 잡초(좌)와 녹병 감염 잡초(우)
-녹병균 도입 이후 호주 각 지방의 잡초 감소 추세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1970년대 외래 국화과 잡초(Chondrilla juncea)에 골머리를 앓던 호주는 외국에서 해당 잡초를 감염시키는 녹병균(Puccinia chondrillina Bubak and Syd.)을 도입했다.
그 결과 호주 전역의 해당 잡초를 90% 이상 줄이는 데에 성공했다.[1]
호주뿐 아니라 칠레에서도 병원균을 이용한 잡초 방제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에 실험 단계를 벗어나 상업화를 위한 움직임도 나타났다.

-미 환경보호청의 DeVine 등록허가서
이윽고 1981년 미국에서 DeVine이라는 최초의 상업용 미생물제초제가 등장하게 된다.


-배양중인 P.palmivora(좌)와 현미경상 모습(우)
-오렌지나무와 파이프를 감아 자라며 피해를 주는 외래 덩굴
이는 난균인 P. palmivora을 제형화한 것으로, 당시 플로리다 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던 외래 덩굴(Morrenia odorata)을 방제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는 현장 시험에서 살포구역 내 덩굴을 2년동안 90%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듬해에는 Collego라는 또다른 제품이 등장한다. 이는 콩과 벼 재배지에 자라는 잡초(Aeschynomene virginica)를 공격하는 탄저병균(C. gloeosporioides)을 이용한 것으로, 85% 이상의 제초 효과를 보였다[2].
이후로도 현재까지 약 60가지가 넘는 미생물제초제가 개발되었다.

-2024년 기준 시판되는 미생물제초제 목록
그러나 정작 현재 시장에 실제로 판매되는 미생물제초제는 극소수이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미생물 살균제와 살충제가 수백 종 이상 상용화되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인 셈이다.
이는 그 효과만큼이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생물체라는 특성으로 인해 환경에 따른 효과의 범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생물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이라면 기존 화학제초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효과를 보여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거의 효과가 없기도 하다.
또한 숙주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잡초는 특정 한 종만 자라는 것이 아니고 여러 종들이 뒤섞여 자란다. 따라서 한 종을 방제해도 다른 잡초가 빈 자리를 메워 자라기 일쑤이다.
또 다른 치명적인 단점으로는 작물에도 병원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상술한 최초의 상업용 미생물제초제 Devine은 출중한 효과를 보였지만 멜론, 토마토 등의 상업작물들도 감염시키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졌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를 비롯한 여러 문제로 결국 2017년 미국 환경부에 의해 등록이 철회되었다.
즉 환경 변화에도 일정한 효과를 보이고, 여러 잡초를 감염시키되 상업작물에는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그렇기에 미생물제초제 개발은 그 역사에 비해 더딘 편이다.
그럼에도 화학제초제의 태생적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유용한 후보이기에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고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당초 균류에 한정된 연구에서 벗어나 세균과 바이러스를 이용한 제초제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다[3].

-2006년 Lockdown으로 명칭을 바꾸어 현재까지 시판되는 Collego
비록 DeVine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졌으나, 그 동생격인 Collego는 이후 등장한 여러 제품들의 실패 속에서도 살아남아 시판되고 있다.
주력 보호 작물인 벼와 콩에 병원성이 없음을 입증하는 한편, 추가적인 숙주 잡초를 탐색하며, 제형 개량을 통해 외부 환경 변수를 줄이는 등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4].
비록 화학제초제의 전면적인 대체는 어렵지만, 보조 역할로 활용한다면 상당한 효과을 보일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가령 기후 조건이 적합할 경우 여러 미생물제초제를 혼용하여 다양한 잡초를 제거하고, 화학제초제는 그 이외의 상황에 사용하면 제초 효과는 유지하면서 농약의 사용량은 감소시킬 수 있다.
아직 식물병원균의 감염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응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어쩌면 지금 단계에선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분야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발전한다면 언젠가 농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식물병원균이라는 웃지 못할 세상이 당도할 수도 있겠다.
*정확한 정보는 참고문헌 참조
1.CULLEN, J., KABLE, P. & CATT, M. Epidemic Spread of a Rust imported for Biological Control. Nature 244, 462–464 (1973).
2.Raza, T., Qadir, M. F., Imran, S., Khatoon, Z., Khan, M. Y., Mechri, M., Asghar, W., Rehmani, M. I. A., Villalobos, S. L. S., Mumtaz, T., & Iqbal, R. (2025). Bioherbicides: revolutionizing weed management for sustainable agriculture in the era of One-health. Current research in microbial sciences, 8, 100394
3.Roberts, J., Florentine, S., Fernando, W. G. D., & Tennakoon, K. U. (2022). Achievements, Developments and Future Challenges in the Field of Bioherbicides for Weed Control: A Global Review. Plants (Basel, Switzerland), 11(17), 2242.
4.Boyette, C. D., Hoagland, R. E., & Stetina, K. C. (2019). Extending the host range of the bioherbicidal fungus Colletotrichum gloeosporioides f. sp. aeschynomene. Biocontrol Science and Technology, 29(7), 72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