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 마실 때 영수증 유심히 봐야 할 것 같아.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컵따로 계산제’라는 걸 들고 나왔거든. 이름만 들으면 왠지 컵값을 따로 더 추가해서 결제해야 할 것 같아서 다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냐며 뒷목 잡았는데, 정부에서 그게 절대 아니라고 호다닥 해명자료까지 내면서 손사래를 치는 중이야.
알고 보니까 원래 우리가 지불하는 커피값 안에는 원재료비나 인건비랑 같이 일회용 컵 가격이 이미 스며들어 있는데, 그걸 영수증에 아주 친절하게(?) “니가 오늘 쓴 컵 가격은 이만큼이야”라고 따로 명시해주겠다는 소리야. 그러니까 실제로 지불하는 총액은 변함없고 그냥 영수증에 찍히는 항목만 하나 늘어나는 셈이지. 이걸 왜 굳이 하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이 일회용 컵을 쓸 때마다 “아, 내가 환경을 파괴하면서 이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서 소비 습관을 바꿔보겠다는 고도의 심리전을 시전하는 거지.
사실 예전에 추진했던 다회용 컵 보증금제가 사장님들 업무만 잔뜩 늘리고 참여율도 바닥이라 망했잖아. 컵에 라벨 붙이고 일일이 세척 관리하는 게 보통 노가다가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서 이번엔 소상공인 형들 고생 좀 덜 시키고 소비자들 양심에 다이렉트로 호소하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 같아.
물론 아직 100퍼센트 확정은 아니고 앞으로 토론회도 하고 간담회도 거치면서 의견을 더 들어본다고 해. 진짜로 이게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당장 내 소중한 커피값이 오르는 건 아니라니까 카페 투어 다니는 사람들은 너무 쫄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냥 나중에 영수증 보고 내 컵값 아깝다는 생각만 좀 들면 성공인 셈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