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아주 살벌함. 하나은행에서 이번에 86년생부터 희망퇴직 신청 받는다고 함. 이제 막 마흔 줄 들어섰는데 벌써 짐 싸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임. 근속 15년 넘은 일반직원이면 대상이라는데, 사실상 쌩쌩한 실무진급들까지 싹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짐. 요즘은 은행 창구 가보기도 힘든데 AI가 다 해먹는 세상이라 그런가 봄.
보상금은 나름 짭짤하긴 함. 70년대 초반생 형들은 최대 31개월치 월급 한 방에 땡길 수 있고, 그 밑으로는 연령별로 24개월치 정도 챙겨준다고 함. 여기에 자녀 학자금이랑 의료비, 전직 지원금까지 세트로 얹어주니까 이참에 인생 2막 빨리 시작하려는 각 잡는 사람들도 꽤 있을 듯함. 역시 금융권이라 퇴직금 스케일부터가 남다르긴 함.
근데 생각해보면 좀 씁쓸하기도 함. 옛날에는 은행원이 최고였는데 요즘은 디지털화니 뭐니 해서 인력 감축이 일상임. 회사에서는 “인력 구조 효율화”라는 고급진 표현을 쓰지만 결국은 나이 차고 연봉 높은 사람들 정리하고 가성비 챙기겠다는 거 아니겠음? 86년생이면 한참 일할 나이고 돈 들어갈 데도 많을 텐데 벌써부터 은퇴 고민해야 한다니 세상 참 빨리 돌아감. 마흔이면 아직 사회에서는 한창인데 금융권 시계는 진짜 오지게 빠름.
그래도 억대 목돈 쥐고 나가는 게 어디냐며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맞이한 선택의 기로라 머리 꽤나 아플 것 같음. 5일까지 딱 며칠 동안만 신청 받는다니까 다들 눈치 싸움 오지게 하면서 계산기 두드리고 있겠음. 한때는 “철밥통” 소리 듣던 뱅커의 삶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는 중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