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얌전하게 박혀있던 돈들이 일제히 짐 싸고 주식시장으로 런하는 중임. 일주일 만에 5대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만 무려 28조 원인데, 이게 어느 정도냐면 작년에 코스피 4000 찍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임. 다들 적금이랑 통장 다 깨서 증권 계좌로 총알 배송하느라 정신이 없음. 이 정도면 거의 국가적 차원의 이삿짐 싸기 수준임.
증권사 예탁금도 사상 처음으로 90조 원을 뚫어버렸음. 한 달 만에 13조 넘게 불어난 걸 보면,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풀매수 버튼 누르는 소리로 가득함. 코스피가 매일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4600선을 가볍게 넘기니까, 이제는 “꿈의 오천피”를 넘어서 5300까지 갈 거라는 행복 회로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중임. 반도체 형님들이 돈을 쓸어 담으면서 주가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거든.
반면 은행들은 지금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중임. 돈이 죄다 빠져나가니까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들어왔음. 작년에 예금 늘어난 속도가 재작년보다 80%나 깎였으니 말 다 했지. 자본시장은 매일 파티 열고 샴페인 터뜨리는 분위기인데 은행권은 혼자서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는 기분일 거임. 그래도 코스피 5000이라는 전설의 숫자가 눈앞에 아른거리니까 다들 쥐꼬리만한 은행 이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음. 이러다가 진짜 1월 안에 5000 고지 점령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