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어질어질한 사연 하나 들고 왔어. 어떤 며느리가 가족 여행을 갔는데 홈 IoT 어플로 확인해보니까 거실 불이 자꾸 켜지는 거야. 귀신인가 싶어서 껐더니 또 켜지고, 심지어 아이 방 불까지 켜지는 거 있지? 무서워서 호다닥 집에 돌아와 보니까 욕실엔 낯선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고 드라이기 위치도 미묘하게 바뀌어 있더래.
알고 보니 시어머니가 남편이랑 짠 거였어. 남편이 집 비는 시간 슬쩍 알려주면 시어머니가 와서 자고 가거나 쉬다 가는 식이었지. 더 소름 돋는 건 아파트 차량 기록을 보니까 며느리랑 남편 출근하자마자 매일 아침 9시쯤 입차해서 퇴근 시간 직전에 칼같이 나갔대. 이건 뭐 거의 비밀 요원 잠입 작전 수준 아니냐고. 며느리 없는 시간에만 골라서 자기 집처럼 드나든 거지.
며느리는 이제 내 집이 내 집 같지 않고 누가 내 사생활 훔쳐보는 것 같아서 잠도 안 온다는데, 남편 놈은 한술 더 떠서 “너 있을 때 오는 거 싫다며? 그래서 없을 때 온 건데 뭐가 문제임?” 이라면서 오히려 며느리가 예민하다고 적반하장 시전 중이야. 진짜 이건 지능의 문제인지 공감 능력의 문제인지 모르겠어.
아무리 아들 집이라도 주인 없는 공간에 허락도 없이 들락날락하는 건 명백한 사생활 침해지. 이 정도면 거의 주거침입 수준 아니냐고. 비번 당장 바꾸고 남편 정신 교육부터 시켜야 할 판이야. 남의 프라이버시를 아주 껌값으로 아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참 씁쓸하네. 이런 식이면 정나미 뚝 떨어져서 같이 못 살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