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내 통장 잔고가 90퍼센트 증발해서 0원이 하나 빠진 수준이 된다면 어떨까. 지금 중동의 이란이 딱 그 꼴이야. 리알화 가치가 바닥을 뚫고 지하 암반층까지 내려가면서 사실상 국가 경제가 멸망전 단계에 진입했거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란 사람들 사이에서는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붙잡는 게 유일한 생존법으로 떠올랐어.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이란 군부 형님들이야. 서방 제재 때문에 원유 팔아서 돈 벌 길이 막히니까, 이 형들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어서 전체 물량의 절반을 꿀꺽해버렸대. 이렇게 모은 코인으로 몰래 무기 사고 다른 나라 무장 단체 지원하면서 아주 야무지게 돈세탁을 하고 있는 거지. 국가 차원에서 대놓고 코인으로 우회 경로를 뚫어버린 셈이야.
그 와중에 일반 시민들은 진짜 처절한 디지털 망명 중이야. 반정부 시위가 터지거나 정부가 인터넷 끊겠다고 협박할 때마다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옮기는 속도가 거의 광속이래. 정부가 내 재산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려고 다들 비트코인이라는 방패 뒤로 숨는 거지. 소액 출금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폭증한 거 보면 이건 투기가 아니라 진짜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봐야 해.
결국 블록체인 데이터가 이 동네에서는 전쟁이나 테헤란 폭발 사고를 미리 알려주는 일기예보 역할까지 하고 있어. 군부한테는 전쟁 자금 셔틀이고 시민들한테는 마지막 생명줄이 된 이 상황이 참 씁쓸하면서도 아이러니하지. 코인이 누군가에게는 총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방패가 되는 현실이 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