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 영화 쿵푸허슬에서 꼬질꼬질한 런닝구 차림으로 슬리퍼 직직 끌며 등장했던 역대급 빌런 화운사신 할아버지, 양소룡 배우가 향년 77세로 별세하셨어. 지난 14일 중국 선전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나셨다고 하는데, 홍콩 영화 좋아하던 올드비들한테는 참 씁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네.
이분 그냥 영화에서 두꺼비 흉내 잘 내던 웃긴 할아버지가 아니라, 왕년에 이소룡, 성룡, 적룡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던 홍콩의 4대 소룡 중 한 명이었던 거 다들 기억하려나 모르겠어. 1948년생인 양소룡은 아버지가 오페라단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영춘권이랑 가라테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한 찐 무술인 출신 액션 스타였거든. 70~80년대 액션 영화판을 주름잡던 진짜배기 무술가였지.
중간에 “나도 중국인이다”라고 시원하게 소신 발언했다가 반공 정서 심했던 대만 당국한테 찍혀서 억울하게 활동 중단당하는 억까도 제대로 겪으셨어. 당시 대만 시장이 엄청 커서 홍콩 영화계에서도 눈치 보느라 한참 동안 이분을 안 불러줬는데, 그걸 주성치가 쿵푸허슬로 다시 모셔와서 화려하게 부활시킨 거야. 우리가 기억하는 그 쫄깃하고 무시무시한 합마공 연기도 사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셈이지.
비록 영화 속에서는 총알도 손가락으로 잡아버리는 무시무시한 최종 보스였지만, 실제로는 홍콩 영화의 황금기를 묵묵히 이끌었던 진정한 전설이었어.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합마공 같은 힘든 자세 말고 구름 위에서 편안하게 쉬시길 바라며,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할배의 명복을 다 같이 빌어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