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생 60년이라는 긴 세월을 묵묵히 걸어오신 원로배우 남정희 할머니가 향년 84세의 나이로 별세하셨어. 지난 22일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셨는데, 작년에 받으신 척추 수술 이후로 건강이 부쩍 나빠지면서 기력이 많이 쇠하셨던 모양이야.
이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진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인데, 1962년에 영화 “심청전”으로 데뷔하신 이후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만 무려 300편이 넘는다고 해. 20대 때 연극을 하시다 결혼 후 잠시 현생 살러 연기를 쉬기도 하셨지만, 1989년부터 다시 복귀해서 연기 장인의 포스를 제대로 보여주셨지. “모래시계”, “축제”, “춘향뎐” 같은 레전드 작품은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카메라 앞에 서셨던 진정한 갓생 사신 열정 만렙 예술인이셨어.
특히 우리한테는 “할머니 전문 배우”로 뇌리에 박혀 있잖아. “늑대소년”이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신 그 포근하고 따뜻한 눈빛은 우리네 진짜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줬어. 이런 독보적인 존재감 덕분에 2011년 대종상영화제에서는 특별연기상까지 받으면서 그 실력을 제대로 인증받기도 하셨지.
2021년 영화 “브라더”까지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연기 혼을 불태우셨는데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니까 마음이 참 짠하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고, 26일 아침에 발인이 진행될 예정이래.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를 선물해 주셨던 남정희 배우님, 이제는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그곳에서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 평생을 바친 그 열정은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할 테니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빌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