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꽁돈 좀 챙겨보겠다고 나름 머리 굴린 21살 빌런의 눈물겨운 대서사시를 들려줄게. 때는 작년 9월 새벽 5시쯤이었는데, 익산의 한 편의점에 이 친구랑 일당 4명이 무더기로 나타났어. 수법이 진짜 고전적이라 실소가 터지는데, 직원한테 다가가서 “아저씨 저기 사고 났는데 블랙박스 확인 좀 도와주세요”라며 밖으로 유인했지 뭐야. 직원이 착하게도 도와주러 나간 그 틈을 타서 포스기에 들어있던 현금 150만 원을 아주 신속하게 슥삭해서 튀었더라고.
근데 이게 한 번 성공하니까 본인이 무슨 루팡이라도 된 줄 알았는지, 같은 날 근처에 있는 다른 편의점에서 똑같은 짓을 또 시도했어.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지. 두 번째는 미수에 그치고 결국 꼬리가 길어서 덜미가 잡혀버렸네. 알고 보니 이 친구, 전에도 비슷한 사고 쳐서 소년원 맛 좀 보고 벌금형도 여러 번 받은 나름 이 바닥의 프로 사고뭉치였어.
결국 법원 가서 재판을 받았는데, 판사님이 “범행 수법이 너무 치졸하고 피해자들한테 용서도 못 받았네”라면서 팩폭을 제대로 날리셨지. 그래도 4개월 동안 구치소에 갇혀서 콩밥 먹으며 반성하는 척이라도 했는지, 이번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사회로 복귀하게 됐어. 같이 사고 친 친구들도 이미 작년에 집행유예 엔딩을 맞이했다고 해. 편의점 알바생을 밖으로 불러내면 돈을 털 수 있다는 그 얄팍한 능지가 참으로 안쓰러울 뿐이야. 이번에는 진짜 반성하고 다시는 편의점에 블박 타령하러 안 갔으면 좋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