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에서 역대급 시트콤 한 편 찍었어. 범죄자들한테 압수한 비트코인 320개를 그대로 공중에 날려버렸단 소식이야. 지금 시세로 치면 무려 400억 원인데, 이걸 아주 클래식하게 피싱 사이트 들어가서 탈탈 털렸대.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법 집행한다는 검찰 수사관들이 가짜 사이트에 낚여서 인증 정보를 고스란히 상납한 셈이라니 진짜 이거 실화인가 싶어.
더 골 때리는 지점은 사고 친 이후의 대처야. 작년 8월에 업무 인수인계 하다가 털린 건데, 그 뒤로 매달 정기 점검을 하면서도 정작 전자지갑 안에 코인이 들어있는지는 단 한 번도 확인을 안 했대. 그냥 USB처럼 생긴 지갑 실물이 금고에 잘 있는지만 보고 “어, 우리 코인 무사하네” 하면서 넘긴 거야. 거의 반년 가까이 빈 껍데기만 보면서 정성스럽게 광내고 있었던 셈이지.
그러다가 최근에야 이 코인을 국고로 환수하려고 지갑을 열어봤더니 잔고 0원이 찍혀 있는 걸 보고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대. 검찰은 부랴부랴 담당 수사관 5명 불러서 감찰 조사 들어가고 휴대전화까지 압수해서 내부 소행인지 캐고 있다는데, 일단은 외부 해커가 털어간 걸로 보고 수사 중이라네. 400억이면 치킨이 몇 마리인데 그걸 클릭 한 번으로 기부하는 클라스에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잃어버린 비트코인 다시 찾겠다고 공언은 했지만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서 보는 내가 다 속이 쓰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