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지인 소개로 만난 여자랑 동거를 시작했는데, 여자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 매주 다니느라 힘들다며 혼인신고는 나중에 하자고 하길래 남자는 군말 없이 받아줬어. 순진한 남자는 생활비부터 고액의 병원비까지 혼자 다 독박 쓰면서 헌신적으로 보살폈지.
그러다 여자가 장기 이식 안 받으면 죽는다고 매달리니까, 남자가 큰 결심 하고 자기 장기까지 기꺼이 떼어줬어. 이 정도면 거의 생명의 은인인데 수술 끝나자마자 태도가 180도 바뀌어버린 게 레전드임. 다정하게 부르던 “여보” 소리는 어디 가고 대뜸 “야” 소리가 나오더니, 어느 날 퇴근하고 오니 집 비밀번호까지 싹 바꿔버렸대.
짐은 창고에 다 던져두고 각자 인생 살자며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날렸는데, 파면 팔수록 더 가관이야. 수술 전부터 몰래 만나던 유부남이 따로 있었던 데다, 주변 지인들한테는 남자가 돈 노리고 장기 준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선동까지 하고 다녔더라고.
너무 억울해서 남자가 혼인빙자 사기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 판결이 더 허무해. 장기 이식은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어서 사기죄가 성립이 안 된대. 몸 떼어주고 돈 다 대줬는데 법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니까 진짜 고구마 천 개 먹은 기분이지. 사랑 하나 믿고 간 쓸개 다 빼줬더니 돌아온 건 비수뿐인 현실이 참 씁쓸하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아. 이 정도면 거의 공포 영화 수준인데 앞으로 누가 누굴 믿고 장기 기증을 하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