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빌런이 또 있을까 싶다. 10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하고 병원비에 생활비까지 영혼까지 끌어다 바친 사람이 있는데, 아픈 사실혼 아내 살리겠다고 자기 소중한 장기까지 선뜻 떼줬거든. 근데 수술 끝나고 마취 깨자마자 보여준 태세 전환이 거의 광속이야. 어제까지 여보라고 부르며 알콩달콩하던 사람이 수술하고 나니까 갑자기 호칭을 “야”라고 딱딱하게 바꾸더니, 퇴원하기도 전에 현관 비밀번호부터 싹 바꿔버리네? 내 짐은 이미 창고에 처박아뒀으니까 알아서 챙겨가라며 이제부터 각자 인생 살자고 아주 쿨하게 손절을 쳤어.
더 소름 돋는 반전은 이 여자가 수술 받기 전부터 이미 다른 유부남이랑 몰래 꽁냥거리며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이야. 심지어 주변 사람들한테는 남편이 자기 돈 노리고 장기 이식해 준 거라고 어처구니없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리고 다녔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수준을 넘어서 아주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 작정한 거지. 장기 이식받고 건강 회복하니까 이제 필요 없어진 소모품 치우듯 버리고 새 인생 출발하겠다는 마인드가 진짜 리스펙 그 자체다.
결국 피눈물 흘리며 너무 억울해서 혼인 빙자 사기랑 상간자 소송을 걸었는데 법원 판결이 더 할 말을 잃게 만들어. 법원이 말하길 장기 이식은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이 안 된대. 내 몸에서 생 살점을 떼줬는데 그게 재산이 아니라니 법이 너무 기계적이라 가슴이 답답해서 잠도 안 올 지경이지. 법조계에서도 사람 장기를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판결은 너무 인간미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내 몸 다 버려가며 살려놨더니 뒤통수 제대로 맞고 법조차 외면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