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역삼동 6평 원룸에서 야심 차게 독립을 선언했는데 시작부터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보는 중이야. 배우 박경혜가 유튜브에서 자취 라이프를 공개했는데 이건 뭐 거의 생존 게임 실사판 수준이지. 입술은 이미 터져 있고 얼굴엔 피로가 가득한 게 딱 봐도 험난한 고행길이 느껴져서 안쓰러울 정도라니까.
사건 사고도 아주 다채로워서 심심할 틈이 없어. 빨래 건조대는 힘없이 주저앉아 버리고 공들여 깔아놓은 뽀얀 아이보리색 러그 위에는 김치가 다이빙을 하질 않나 화장실 문까지 갑자기 잠겨서 갇히는 바람에 멘탈이 너덜너덜해졌대. 진짜 자취 초보들이 겪을 수 있는 억까는 죄다 끌어모은 느낌이라 웃픈 상황의 연속이야.
제일 압권은 코인 세탁방에서 터진 눈물 썰인데 세탁기에 넣으면 안 되는 드라이시트를 같이 넣고 돌려버린 거야. 기계 고장 날까 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서 사장님한테 죄송하다고 전화했는데 오히려 사장님이 빨래 잘 안 됐을까 봐 걱정해 주시는 바람에 거기서 감동의 눈물이 팡 터졌대. 삭막한 서울 하늘 아래 아직 따뜻한 정이 살아있다는 걸 역삼동에서 깨달은 거지.
결국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됐는지 친구들이 소환돼서 창문에 커튼도 달아주고 화장실 보수 작업도 도와주면서 겨우 사람 사는 집 꼴을 갖췄더라고. 자취는 역시 감성 넘치는 낭만보다는 처절한 실전이라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는 중이야. 고난의 행군이 따로 없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며 생활 능력치 찍는 모습 보니까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