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인가 보다. 37살 김상겸 형님이 12년 동안 올림픽 문짝을 네 번이나 두드린 끝에 드디어 스노보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우리나라 1호 메달인 데다가, 하계랑 동계 다 합쳐서 한국 통산 400호 메달이라는 전설적인 기록까지 찍어버렸네. 거의 “인간 승리”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경기는 그야말로 뇌가 쫄깃해지는 수준이었어. 예선 8위로 아슬아슬하게 올라와서 16강부터 하나씩 “도장 깨기” 시작하는데 소름 돋더라. 8강에선 우승 후보가 실수하는 운까지 따라주더니 결국 결승까지 진출했어. 마지막에 오스트리아 베냐민 카를한테 딱 0.19초 차이로 밀려서 은메달 확정했는데, 0.19초면 컵라면 물 붓는 시간보다 짧은 거 아니냐고. 아깝긴 해도 30대 후반에 이 정도 기량 유지하는 게 진짜 괴물 피지컬인 것 같다.
원래는 이상호 선수가 메달 따겠거니 기대가 컸는데 의외로 16강에서 “광탈”해서 분위기 싸해질 뻔했거든. 근데 김상겸 선수가 형님 포스로 나타나서 설상 종목의 자존심을 싹 살려줬어. 2014 소치 때 17위, 2018 평창 15위, 2022 베이징 24위 찍고 하락세인가 싶었는데 37살에 커리어 하이를 찍어버리네.
비인기 종목에서 이런 결과 내는 게 진짜 리스펙트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 2018년 배추밭 은메달 이후로 설상 종목에서 두 번째 메달인데, 역시 “존버는 승리한다”는 공식은 과학인 것 같다. 은퇴 걱정할 나이에 메달 따고 한국 스포츠 역사에 이름 박아버리는 클라스 지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