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개인정보 3천3백만 건이 로켓처럼 증발했다는 소식임. 전 직원이 몇 달 동안 남의 집 안방 들여다보듯 개인정보를 탈탈 털었는데, 그 규모가 무려 3,367만 명이나 됨. 배송지 주소랑 이름 같은 건 1억 4,800만 번이나 조회됐다는데, 소름 돋는 건 내가 물건 보내준 가족이나 친구 정보까지 세트로 묶여서 나갔다는 점임.
알고 보니 범인이 쿠팡에서 보안 설계하던 개발자 출신이라는데, 시스템 구멍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서 자동 크롤링 도구로 영혼까지 끌어모았음. 근데 더 킹받는 사실은 쿠팡이 이걸 수개월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거임. 심지어 예전에 모의 해킹할 때 털릴 수도 있다고 경고받았는데도 고치지도 않고 방치하다가 이 사달이 났음.
사고 터지고 나서 대응하는 꼬락서니도 레전드임. 법적으로 24시간 안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틀이나 뭉개다가 늦게 말해서 과태료 물게 생겼고, 정부가 자료 보존하라고 명령했는데도 접속 기록 같은 걸 슬쩍 삭제하거나 잃어버려서 아예 수사 의뢰까지 당함.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털린 마당에 이제 누가 문 앞에서 서성거리면 쿠팡맨인지 정보 털어간 놈인지 구분도 안 갈 지경임. 로켓 배송으로 편리함은 얻었지만 내 개인정보는 우주 끝까지 배송된 느낌이라 기분이 참 묘함. 내 소중한 택배만큼 내 정보도 좀 아껴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와서 외양간 고쳐봤자 이미 털린 건 어쩔 수가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