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미대사관 근처 스타벅스가 졸지에 무료 수하물 센터로 전직했다는 소식이다. 특정 국적 항공사 신입 승무원들이 단체로 비자 면접을 보러 왔는데, 대사관 안에 큰 가방 반입이 안 되니까 근처 카페를 개인 창고처럼 써버린 거다.
현장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고 한다. 무려 30여 명이 몰려와서 음료는 고작 5잔에서 10잔 남짓 시켜놓고, 매장 좌석의 80%를 자기들 캐리어로 꽉 채워버렸다. 그러고는 가방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2시간 동안 면접 보러 사라지는 화려한 스킬을 시전했다.
참다못한 매장 점장이 다른 손님들 앉아야 하니까 짐 좀 치워달라고 부탁했더니, 돌아온 답변이 “우리도 주문했는데 왜 그러냐”는 적반하장식 논리였다. 주문 몇 잔 했다고 매장 전체를 전세 낸 줄 아는 기적의 계산법에 점장도 할 말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일이 최근에만 최소 다섯 번은 반복됐다고 하니 점장 멘탈이 남아나질 않았을 거다.
알고 보니 이 항공사가 경영난으로 적자가 심해서 예전에 지원해주던 짐 보관용 버스 지원을 쓱 싹 끊어버린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남의 영업장에 민폐 끼치는 게 정당화될 리는 없다. 유니폼까지 풀 세팅으로 갖춰 입고 단체로 저러는 건 사실상 회사 얼굴에 먹칠하는 셀프 박제나 다름없다.
결국 온라인에서 가루가 되도록 탈탈 털리자 항공사 측은 뒤늦게 사과하며 재발 방지 교육을 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비행기 이륙하기도 전에 민폐 스택부터 풀로 채우는 신입들의 패기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사건이다. 카페는 커피 마시는 곳이지 짐 맡기는 물류 창고가 아니라는 걸 제발 기억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