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그날 아침은 최선규 아나운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이었을 거야. 생방송 끝나자마자 3살 딸이 이삿짐 트럭에 깔려 생명이 위독하다는 쪽지를 받았거든. 트럭이 딸을 깔고 후진했다가 뭐가 걸렸나 싶어 다시 앞으로 넘어갔다니 상상만 해도 멘붕이지. 현장에서 즉사 판정까지 받아 하얀 천이 덮여 있었는데,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차가워진 아이를 안고 한 시간 넘게 오열하며 빌었대.
하필 토요일 오후 영등포 로터리는 헬게이트라 병원 가는 길만 한 시간이 걸렸고, 그 무력함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가 10년 넘게 갔다고 해. 그런데 기적처럼 아이 몸에서 온기가 돌더니 꼼지락거리기 시작했고, 목에 걸린 핏덩이를 꺼내자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어. 진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레전드 실화지.
그 후로 2년 넘게 병원 신세를 지고 후유증 때문에 놀림받을까 걱정돼서 캐나다로 유학을 보냈는데, 최선규는 무려 20년이나 기러기 아빠 생활을 견뎌냈어.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고생이었지만, 지금은 딸이 건강하게 자라 승무원도 하고 결혼해서 손주까지 안겨줬다니 이건 진짜 눈물 버튼 눌리는 해피엔딩이야.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딸이 보여준 삶의 의지가 정말 대단하고 감동적이지 않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