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차면 원래 좀 위기라는데 여긴 이미 냉전 수준을 넘어서 쇼윈도 부부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나 봐. 아내는 관계 회복의 마지막 단추라고 생각했는지 일요일 오전에 교회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지. 근데 눈치 없는 남편은 소중한 휴일 뺏기는 게 극도로 싫었는지 햄버거 사달라는 드립을 날려버렸어. 아마 아내가 빵 터져서 햄버거 사올 줄 알았나 본데, 이게 아내한테는 마지막 인내심이 폭발하는 버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집안 공기가 평소랑 다르게 싸늘하더니 와이프랑 애가 통째로 증발해버렸네. 아내는 이혼하자는 문자 하나만 띡 남기고 연락을 싹 끊었어. 이미 짐 싸서 친정으로 런한 상태였던 거지. 남편 입장에서는 자기가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때린 것도 아닌데 고작 교회 안 가고 햄버거 타령 했다고 집이 털리니까 멘붕 올 만해. 벌써 두 달째 애 얼굴도 못 보고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라도 해서 애 데려올 수 없냐고 상담을 요청했더라고.
근데 법률 전문가 등판해서 하는 말이 아내가 애 데리고 간 건 형사처벌 대상인 약취유인으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대. 결국은 진흙탕 이혼 소송으로 가야 한다는 소린데, 소송 중에 면접 교섭 사전처분 신청해서 애 얼굴부터 보는 게 급선무라고 하더라. 휴일 지키려다 인생 최고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인데, 햄버거 하나에 가정이 공중분해 될 위기라니 역시 인생은 실전이고 매운맛 제대로 보고 있는 중인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