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사귄 남친이랑 이제 슬슬 국수 좀 말아보려고 상견례 날짜까지 잡았단 말이지. 근데 결혼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인생 실전이잖아. 나중에 경제적인 문제로 뒤통수 세게 맞기 싫어서 슬쩍 몇 가지 물어봤어. 빚은 얼마나 있는지, 결혼하면 지갑 관리는 누가 할 건지, 시댁 노후 대책은 서 있는지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 말이야.
근데 여기서 남친 반응이 진짜 골 때려. 갑자기 얼굴 싹 굳으면서 왜 이렇게 계산적으로 구냐고 발끈하는 거 있지. 심지어 나보고 “조건 보고 만난 거냐”며 사랑 타령을 하는데 순간 내가 이상한 사람 된 기분이더라고. 사랑하는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빚이 얼마인지는 알고 도장을 찍어야 할 거 아냐. 나는 빚 하나도 없이 깔끔한 상태라 더 당당하게 물어본 건데 남친은 거의 히스테리 부리듯 짜증을 내더라고.
이거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댓글 창 분위기가 아주 살벌해. 십중팔구는 남자가 뭐 숨기는 게 있는 거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보통 켕기는 게 없으면 그냥 시원하게 오픈하고 같이 계획 짜는 게 정상인데 저렇게 공격적으로 방어기제 펼치는 건 빼박 캔트 경고 신호라는 거지. 인생 선배들 말대로 결혼은 연애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잖아. 평생 같이 살 사람 경제 상태도 모르고 시작하는 게 더 위험한 일인데 이거 조상님이 주신 마지막 탈출 기회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듯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