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16C 한 대가 야간 훈련하다가 경북 영주 산속으로 강제 퇴근해버렸어. 비행기 나이가 마흔 살이라 그런지 기운이 좀 딸렸나 봐. 1986년에 들어왔다는데 사람으로 치면 중년의 위기를 겪다가 파업해버린 느낌이야. 도입된 지 40년이면 박물관 가야 할 나이인데 야근까지 뛰게 하니 기체가 못 버틴 거 아닐까 싶어.
근데 이번 사고의 진정한 주인공은 조종사 형님이야. 비상탈출 버튼 누르고 하늘을 날았는데 하필이면 20미터 높이 나무 위에 자석처럼 딱 달라붙어 버렸거든. 보통 사람 같으면 멘붕 올 법도 한데,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 직접 119에 전화 걸어서 “저 여기 나무에 걸려 있어요”라고 신고하는 여유를 보여줬어. 산이 워낙 험해서 구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 없고 의식도 쌩쌩해서 항공의료원으로 잘 실려 갔대.
전투기가 떨어지면서 산불이 한 200평 정도 났었는데, 소방관분들이 출동해서 싹 정리했어. 주변에 민가도 없어서 다행히 애꿎은 피해는 안 생겼다고 해. 국방부 장관은 멀리 캐나다 출장 갔다가 이 소식 듣고 깜놀해서 제대로 조사하라고 지시했어. 요즘 전투기 사고 소식이 가끔 들려서 가슴 철렁할 때가 많은데, 이번에는 조종사분이 무사히 구조돼서 정말 다행인 부분이야.
40년 된 노병 기체는 이제 보내줄 때가 된 거 아닐까 싶기도 하네. 조사 결과 나오면 왜 그랬는지 밝혀지겠지만 아무튼 사람 안 다친 게 제일 중요한 거지. 조종사 형님 무사 쾌유하고 다음부턴 나무 말고 안전한 곳으로 내려오길 바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