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집이랑 회사만 왕복하던 성실함의 아이콘이자 공기업 다니던 우리 아저씨가 은퇴하더니 갑자기 180도 흑화해버렸어. 동창 모임 나간다면서 향수 칙칙 뿌리고 옷 신경 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알고 보니 뒤에서 아주 제대로 딴살림 차리고 있었더라고. 수상해서 남편 핸드폰 슬쩍 열어봤다가 녹음 파일에서 생생하게 들리는 다른 여자와의 “사랑해”, “뽀뽀 쪽”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셨대.
진짜 킹받는 포인트는 여기서부터야. 지금 둘째 딸 결혼이 코앞이라 아내분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데도 가족들 생각해서 애써 웃으면서 참는 중이거든. 근데 이 남편이라는 양반은 예비 사위 불러다 앉혀놓고 한눈팔지 말고 마누라한테 잘하라는 명언까지 날렸다네? 와, 이 정도면 거의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급의 소름 돋는 연기력 아니냐고. 겉으로는 세상 인자한 장인어른 코스프레를 완벽하게 하면서 뒤로는 동창이랑 한창 로맨틱 코미디 찍고 있었던 거지.
지금 아내분은 일단 딸 앞길 막기 싫어서 결혼식 무사히 끝날 때까지는 이 악물고 존버하며 기회를 엿보는 중이야. 예식장 문 닫자마자 이혼 서류랑 상간 소송 소장 세트로 시원하게 날려주려고 증거도 싹 다 긁어모아 두셨대. 변호사도 증거가 워낙 빼박이라 소송 가면 아주 유리할 거라고 하더라. 은퇴하고 심심해서 잠깐 한눈팔았다는 핑계는 이제 법원에서나 해야 할 텐데, 노후에 아주 다이나믹하고 화끈한 참교육 엔딩을 스스로 개척하셨네. 역시 사람 속은 끝까지 알 수가 없는 법이야. 조만간 법원에서 불꽃 튀는 정모하게 생겼으니 다들 팝콘이나 넉넉하게 준비해두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