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아주 그냥 탈탈 털리고 있는 모양새다. 1년 전이랑 비교하면 매물이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증발해 버렸는데, 이게 무려 5년 2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하니 이사 계획 세우던 사람들 속이 아주 시커멓게 타들어 갈 만하다. 전셋값은 또 56주 연속으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고공행진 중이라 내 텅 빈 통장 잔고는 비명을 지르는데, 집주인들은 이 틈을 타서 아주 기세등등하게 전세를 월세로 갈아치우는 중이다.
정부 규제 때문에 갭투자도 꽉 막히고 전세대출 받기도 어마무시하게 빡세지니까 임대인들이 “응, 나 이제 전세 안 받아. 꼬박꼬박 현금 꽂히는 월세만 받을 거야” 하고 태세 전환을 제대로 시전해버린 거다. 거기다 올해 새로 지어져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까지 작년보다 30% 넘게 뚝 떨어질 예정이라 공급 가뭄이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다주택자들까지 세금 폭탄 피하려고 매물을 쏙 거둬들이거나 아예 매매로 돌리고 있어서 전세 구하기는 그야말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급 난이도가 됐다.
결국 전세 살던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 갱신권을 억지로 쓰거나,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매달 소중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집주인한테 상납하는 월세 노예 테크를 타고 있다.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태산인데 내 집 마련의 꿈은 이미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광속 질주하며 멀어지는 중이라 참 씁쓸한 현실이다. 서울 바닥에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곳 하나 찾기가 이렇게나 힘들어서야 원, 숨만 쉬어도 생존 비용이 훅훅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