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넣으러 갔다가 영수증 보고 뒷목 잡는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돌파하기 직전이라 정부가 무려 30년 동안 묵혀뒀던 “가격 상한제”라는 필살기를 꺼낼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야.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공동체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부당하게 폭리 취하는 반사회적인 악행은 아주 그냥 엄정하게 참교육 시전하라고 지시했거든. 근데 정유사 형님들은 입으로는 협조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주유소 가격표는 내려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지금 이 사달이 난 근본 원인은 미국이랑 이스라엘, 이란 사이에서 전쟁 분위기 돌면서 국제 유가가 미친 듯이 떡상했기 때문인데, 이게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거의 5G급으로 빨라. 보통은 국제 유가 오르고 나서 한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천천히 올라야 정상인데, 이번에는 무슨 광클이라도 하는 건지 기름값이 실시간으로 수직 상승해버렸어. 대통령도 어이가 없었는지 “유류 공급에 문제도 없는데 왜 이렇게 오르냐”며 빡침을 시전했고, 결국 최고가격 지정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게 된 상황이야.
근데 이게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로 거의 사장된 제도라 정부도 속이 타는 모양새야.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꾹 눌러버리면 정유소나 주유소들이 손해 보기 싫다고 기름 안 팔겠다고 드러누워버리는 “공급 절벽” 사태가 올 수도 있거든. 그러면 진짜 기름 구하기 전쟁이 날 수도 있고, 업체들 적자를 나랏돈으로 메워줘야 해서 세금이 살살 녹을 수도 있어. 일단 UAE에서 원유 긴급 도입하고 담합 단속도 빡세게 한다니까 기름값 형님들이 눈치껏 좀 내려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