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신혼여행 만끽하는 중에 시할머니 부고 소식 들려오면 진짜 멘붕 제대로 올 수밖에 없을 거야.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연인데, 남편이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남은 일정 다 때려치우고 당장 한국 가자고 해서 아내가 제대로 현타 왔대. 결혼 준비하느라 몇 달 동안 고생하다가 겨우 시간 맞춰서 온 여행인데 일정이 아직 절반도 넘게 남았거든. 비행기표 새로 끊고 예약한 숙소들 취소 수수료까지 계산하면 생돈 수백만 원 날리는 건 덤이라 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
아내는 솔직히 부모님 상도 아닌데 꼭 신혼여행까지 포기하며 가야 하냐는 입장이야. 시부모님이나 다른 친척들이 장례 치르고 계시니까 우리는 여행 끝나고 가서 인사드리면 안 되겠냐고 슬쩍 제안해봤더니, 남편은 정 없다며 정색하고 아내는 시댁 일 때문에 내 일생일대 소중한 여행을 망쳐야 하나 싶어 억울함이 폭발한 거지. 남편들은 왜 항상 자기 집안일부터 챙기냐며 서운함을 토로하는데 읽는 사람도 같이 고구마 백 개 먹은 기분이야.
댓글창에서도 유교 드래곤들과 실용주의 유저들이 아주 치열하게 맞붙었어. 굳이 돌아가서 상주 노릇 할 것도 아닌데 여행 마저 즐기라는 쪽이 있는 반면, 남편이 슬퍼하는데 옆에서 의리 지켜주는 게 맞다며 당장 귀국하라는 쪽이 팽팽해. 돌아가신 할머니도 손주 부부 싸우는 건 절대 원치 않으실 것 같긴 한데, 이거 진짜 정답 없는 밸런스 게임이라 머리 쥐어짜게 만드네. 만약 억지로 짐 싸서 인천공항행 비행기 타면 오는 내내 비행기 안에서 냉전 분위기 장난 아닐 듯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