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떡상하길래 예전에 쟁여둔 금붙이 좀 정리하려고 당근마켓에 글을 올렸거든. 그랬더니 웬 역대급 쿨거래 희망자가 등장함. 가격 깎지도 않겠다면서 집에 금 더 있으면 있는 대로 다 가져오래.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신분증 사진까지 미리 받아놓고 약속 장소로 나갔지. 근데 정작 나온 건 아들이라 주장하는 대리인이었어. 아버지가 바빠서 대신 나왔다는데 이때부터 뭔가 쎄하더라고.
수상한 낌새가 느껴져서 신분증 보여달라고 하려는데, 그사이에 내 계좌로 1800만 원이 냅다 꽂혔음. 예약금 보낸다고 계좌 땄던 걸로 전액을 미리 송금해버린 거지. 이미 내 통장에 돈이 찍혔으니 별수 있나 싶어서 금 넘겨주고 쿨하게 헤어졌는데, 나중에 경찰서에서 연락 오고 나서야 상황 파악 끝남. 그 1800만 원이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나한테 직접 쏜 돈이었던 거야.
결국 나는 사기꾼들 자금 세탁하는 데 이용당한 꼴이고, 아무런 잘못도 없이 보이스피싱 자금 흐름에 연루된 공범으로 조사받는 처지가 됐어. 요즘 금값 비싸니까 이런 식으로 세탁기 돌리는 놈들 엄청 많대.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쓰는 당근 같은 플랫폼을 노리니까 누구라도 한순간에 훅 갈 수 있음. 모르는 놈이 만나기도 전부터 계좌번호 요구하거나 판매자 변심 막으려고 게시글 당장 내려달라고 재촉하면 99퍼센트 확률로 함정이니까 절대로 낚이지 마. 소탐대실해서 인생 피곤해지지 말고 귀한 금은 그냥 수수료 좀 주더라도 전문 거래소 가서 파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