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전광판 숫자 보면 혈압부터 오르는 요즘임. 리터당 2000원 고지가 코앞이라 이제 차 끌고 나가는 게 거의 공포 영화 한 편 찍는 수준임. 중동 쪽에서 기침만 살짝 해도 우리나라 기름값은 빛보다 빠르게 발작하며 점프하니까 정부도 참다못해 29년 동안 창고 구석에 먼지만 쌓여있던 전설의 필살기인 가격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음.
보통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주유소에 반영되기까지 2~3주 정도 걸리는 게 국룰인데,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바뀌어 있으니까 정유사들이 짬짜미해서 미리 올리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단단히 사는 중임. 90년대 중반에는 휘발유가 600원대였던 근본 넘치는 시절도 있었다는데, 그때처럼 정부가 직접 “야 가격 이 이상으로 절대 받지 마” 하고 선 긋는 강수까지 두려는 분위기임.
근데 이게 마냥 해피엔딩은 아님. 주유소 사장님들이 손해 보면서 팔기 싫다고 셔터 내려버리면 옛날 오일쇼크 때처럼 기름 한 방울 넣으려고 도로 위에서 다 같이 밤샘 정모해야 할지도 모름. 게다가 정부가 강제로 누른 가격 때문에 생기는 손실은 결국 우리 피 같은 세금으로 메꿔줘야 해서, 내 주머니 털어서 내 기름값 보태주는 기묘한 무한 루프에 빠질 수도 있음.
정부도 일단 유류세 인하 다시 팍팍 해주는 거랑 비축유까지 탈탈 털어서 푸는 거까지 다 포함해서 머리 싸매고 고민 중임. 2000원 돌파하면 진짜 강제로 건강 챙기면서 자전거 타는 뚜벅이 생활 시작해야 할 판인데, 정부가 제발 하드캐리 해서 이 미친 기름값 좀 시원하게 컷 해줬으면 좋겠음. 이제 자동차는 그냥 집 앞에 세워두는 비싼 장식품이 될 위기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