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아주 시원하게 넘어버렸다. 국제 유가의 양대 산맥인 브렌트유랑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사이좋게 손잡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WTI가 100달러 고지를 다시 밟은 건 2022년 7월 이후로 처음이라는데, 이건 뭐 내 월급 빼고 세상 모든 게 다 오른다는 경제적 국룰을 너무나도 성실하게 지키고 있는 셈이다. 브렌트유는 심지어 전날보다 10%나 떡상하면서 102달러를 찍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차 끌고 도로로 나가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거의 명품 쇼핑 수준의 사치가 되어버렸다. 주유소 앞에 붙은 가격표 숫자가 바뀔 때마다 내 심박수도 같이 요동치는 경험, 운전자라면 다들 rgrg?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사는 서러움이 제대로 폭발하는 중이다. 내 통장 잔고는 바닥에서 탭댄스를 추고 있는데 유가만 혼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천하고 있으니 어이가 가출할 지경이다.
이쯤 되면 자동차는 그냥 주차장에 모셔두는 관상용 굿즈로 전락할 판이다. 진심으로 튼튼한 두 다리를 믿는 뚜벅이 생활을 강제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전거 출퇴근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싶어서 눈앞이 캄캄해진다. 기름값 무서워서 시동 걸 때마다 손이 벌벌 떨리는 이 상황이 정녕 현실인지 의심스럽다. 경제가 나를 강제로 다이어트시키고 운동까지 시키려 드는 아주 고단수적인 전략을 짜고 있는 게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