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랑 90년대 코미디계를 씹어먹었던 시사 풍자의 달인 김형곤이라는 분이 있었어. 이 형님 진짜 대단했지. 유머 1번지에서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로 “잘 돼야 될 텐데” 같은 유행어 뿌리면서 당시 답답했던 정치권을 시원하게 깠던 레전드야. 근데 이 형님이 2006년 3월 11일에 너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버렸어.
당시 나이가 겨우 46세였는데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사우나 하다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대. 알고 보니 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이었어. 형님이 원래 체중이 120kg이나 나갔는데 35kg을 단기간에 빡세게 감량했었거든. 그 뒤로도 건강 관리한다고 매일 헬스장 출근 도장을 찍었는데 그날은 사우나에서 땀을 쫙 빼고 바로 달리기를 하는 바람에 심장에 무리가 갔나 봐. 탈수 상태에서 무리하게 뛰면 피가 끈적해져서 혈액순환이 안 좋아지는데 딱 그 상황이었던 거지.
사실 이 형님은 “탱자 가라사대” 같은 코너로 사회 비판하다가 윗선 압력도 많이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뼈 있는 드립을 계속 던졌어. “공포의 삼겹살”이라는 별명으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도 우리한테 웃음을 주려고 진짜 애썼지.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도 돈 버는 것보다 웃고 사는 게 훨씬 소중하다는 명언을 남기셨더라고.
비록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시원시원한 돌직구 개그는 아직도 그리운 부분이야. 운동도 좋지만 뭐든 적당히 하는 게 최고라는 교훈을 남기고 가신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기도 하네. 웃음이 귀해진 요즘 세상에 이 형님이 살아계셨다면 어떤 사이다 발언을 해줬을까 궁금해지기도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