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선을 제대로 넘어버렸어. 달러가 야간 거래에서 결국 1,500원을 찍었는데, 이건 뭐 우리 지갑 사정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1,500원 시대를 열어버리니 내 통장은 이미 비명을 지르다 못해 실신할 지경이야. 안 그래도 텅장인데 이제는 아주 구멍까지 날 기세라니까.
이 사달이 난 주범은 역시나 기름값이야. 중동 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네 마네 하면서 기싸움을 하니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로 수직 상승했거든. 이란의 새 대빵이 아주 강경하게 나오니까 전 세계가 쫄아서 기름값에 불이 붙어버린 거지. 기름값이 오르니까 안전 자산인 달러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고, 우리 원화는 바닥 뚫고 지하실 구경하러 가는 중이야.
외국인 투자자들도 “여기 있다간 다 죽어”를 외치며 주식을 미친 듯이 팔고 도망가고 있어. 오늘 하루에만 무려 1조 4천억 원어치를 던졌다는데, 이쯤 되면 코스피는 거의 종이비행기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거야. 개미들만 눈물 흘리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 참 안습이네. 옆 동네 일본 엔화도 160엔 문턱까지 가면서 같이 골골대고 있는 걸 보니 지구촌 경제가 아주 단체로 정신줄을 놓은 모양이야.
이제 해외 직구는커녕 편의점 수입 맥주 가격 오르는 거나 걱정해야 할 판이야. 앞으로는 해외여행 갈 생각은 깔끔하게 접어두고 방구석에서 유튜브로 세계 일주나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 환율이 이 모양 이 꼴인데 내 월급은 왜 요지부동인지 누가 시원하게 설명 좀 해주면 좋겠다. 이대로 가다간 숨만 쉬어도 적자 날 것 같아서 진심으로 무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