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 면목동에서 네 살 꼬마 연희가 과자 사러 나간 뒤 사라진 지 벌써 38년이나 됐어. 엄마는 그날 딸이 우유 한 잔 더 달라고 했을 때 안 준 게 지금까지도 가슴에 깊게 박혀 있대. 50원 쥐여주면서 금방 오라고 한 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지. 집에서 전봇대 두 개만 지나면 있는 가까운 가게였는데, 그 짧은 거리에서 아이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거야.
연희는 동그란 이마에 팔꿈치에는 콩알만 한 점이 있고, 눈썹 아래 작은 흉터가 있는 게 특징이야. 엄마는 지금도 여름에 반소매 입은 사람들만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팔꿈치를 유심히 훑어본다고 해.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마다 연희 자리만 비어 있으니 얼마나 속이 타겠어. 언니들도 자기들 학원비 벌려고 엄마가 부업하다 사고가 난 거라며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고 있대.
예전에 방송에 나갔을 땐 가짜 제보랑 장난전화 때문에 가족들이 큰 상처를 입고 숨어 지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어. 요즘은 유전자 검사만으로도 가족을 찾는 경우가 많으니까 지금이라도 딸이 꼭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계셔. 연희가 어디선가 건강하게 잘 살다가 이 소식을 듣고 엄마 아빠 살아계실 때 꼭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38년 동안 멈춰버린 이 가족의 봄이 이제는 다시 찾아오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