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누수 터졌다고 관리사무소에서 연락 와서 가족 여행 중에 비번 쿨하게 알려줬더니 역대급 빌런을 마주함. 홈캠으로 실시간 감상하는데 이 직원이 싱크대 밑은 대충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갑자기 빨래 바구니로 직진함. 처음엔 설마 물기 닦을 걸 찾나 싶어서 지켜봤는데, 바구니 속을 아주 정성스럽게 뒤적거리더니 속옷을 하나하나 꺼내서 펼쳐보고 감상하는 기행을 선보임. 거의 런웨이 품평회 하는 줄 알았음.
심지어 본인 취향이 확고한 건지 남편 팬티까지 야무지게 확인하고 남의 집 안방까지 무혈입성해서 구경하고 나왔음. 너무 소름 돋아서 바로 전화해서 따졌더니 관리소장은 우리 직원 성품이 얼마나 고결한데 그럴 리 없다며 갑자기 분위기 휴먼다큐 찍으면서 실드 시전함. 정작 당사자는 한술 더 떠서 바닥에 흐른 물 닦을 게 필요해서 그랬다는 창조적 변명을 내놓음. 속옷으로 물 닦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싶음.
제일 킹받는 포인트는 경찰 반응임. 비번을 직접 알려줬으니 무단침입도 아니고, 속옷을 훔치거나 찢어서 손괴한 것도 아니라서 현행법상 참교육이 어렵다는 거임. 법이 아주 빌런들 살기 좋게 설계된 느낌이라 고구마 백만 개 먹은 기분임. 결국 그 직원은 조용히 퇴사 엔딩 찍었고 소장은 사과 한마디 없이 입 싹 닦는 중임. 역시 남의 집 비번 알려줄 땐 홈캠 설치가 국룰이고 절대 사람만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낌. 세상에 별의별 인간이 다 있다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