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형님들끼리 매운맛으로 치고받고 싸우는 바람에 애먼 필리핀이 지금 제대로 독박 쓰게 생겼어. 얘네가 쓰는 기름 90%가 중동에서 오는데, 지금 호르무즈 해협이 입구컷 당하면서 기름값이 안드로메다로 워프해버렸거든. 마르코스 대통령이 오죽 답답했으면 밤중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면서 도장을 찍었는데, 비상사태 기간도 일단 1년으로 잡은 거 보면 상황이 꽤나 심각한가 봐.
지금 비축해둔 기름이 딱 45일치밖에 안 남았다는 게 제일 큰 문제야. 이거 다 쓰면 비행기도 못 뜨고 나라 전체가 강제 정전 모드 들어갈 수도 있는 거라 진짜 똥줄 타는 상황이지. 그래서 급한 대로 러시아 같은 다른 나라들한테 기름 좀 빌려달라고 여기저기 찔러보는 중인데, 기름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꼴이 영락없이 마감 10분 전인데 한 줄도 못 쓴 과제 제출하려는 대학생 같아.
심지어 환경 오염 때문에 봉인해뒀던 매연 뿜뿜하는 저퀄리티 연료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어. 예전에 쓰던 유로Ⅱ 기준 연료를 다시 꺼내온 건데, 2015년 이전 구형 차량들이 이제 다시 도로에 검은 연기 뿜으면서 다닐 수 있게 된 거지. 삼륜차 기사들한테 5000페소씩 일회성 지원금도 뿌리고는 있는데, 정작 운송노조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며 이번 주에 바로 파업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중이야. 45일이라는 시한부 선고받고 나라 셔터 내리기 일보 직전인데, 과연 이 역대급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지 아주 흥미진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