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이번 대전 한화이글스 홈 개막전 시구자로 등장했는데, 다들 당연히 주황색 유니폼 입고 나올 줄 알았거든. 근데 웬걸, 61번 유니폼 대신 쫙 빼입은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마운드에 선 거야. 처음엔 다들 갑자기 웬 수트인가 싶었겠지만, 그 정장 차림 속엔 정말 묵직하고 깊은 뜻이 담겨 있었어.
사실 며칠 전 대전 대덕구 문평동 공장에서 엄청나게 큰 불이 나서 14명이나 숨지고 60명 넘게 다치는 비극적인 참사가 있었잖아. 박찬호는 그 희생자분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려고 일부러 상복의 의미를 담아 검은 정장을 선택한 거였어. 구단이 박찬호의 상징과도 같은 61번 번호가 박힌 유니폼까지 미리 준비해 뒀지만, 고심 끝에 정중히 사양하고 애도의 마음을 우선시한 모양이야.
시구 직전에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화재 사고 소식에 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는데, 확실히 월클 투수답게 인성까지 명불허전이더라. 이런 묵직한 응원이 선수들에게도 전달된 걸까. 한화는 이날 키움이랑 11회 연장까지 가는 피 말리는 혈투 끝에 결국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개막전 승리를 장식했어.
박찬호 하면 메이저리그 124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운 아시아 투수의 자부심이잖아. 선수 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를 고향 팀인 한화에서 마무리하며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줬었는데, 은퇴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대전의 아픔을 자기 일처럼 챙기며 공감하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여. 화려한 시구 퍼포먼스보다 더 밝게 빛나는 박찬호의 진심이 대전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