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530원을 시원하게 뚫어버렸다. 이거 진짜 실화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보는 숫자에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대로더라고. 중동에서 형님들이 화해할 기미 없이 계속 투닥거리니까 기름값은 배럴당 100달러를 가볍게 넘겨버렸고, 달러 몸값은 그야말로 안드로메다로 가는 중이야.
주식 시장은 지금 파란색 워터파크가 개장해서 아주 시원하게 내리막을 달리고 있어. 코스피 5000선 무너지네 마네 하면서 외국인이랑 기관들은 보따리 싸서 도망가기 바쁜데, 우리 개미들만 눈물 콧물 다 짜면서 풀매수 버튼을 누르고 있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이 현관문 앞까지 찾아왔다는 소리에 다들 공포 영화 보는 표정으로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어.
트럼프 형님은 소셜미디어에다 대고 이란이랑 빨리 합의 안 하면 유전이고 뭐고 다 박살 내겠다고 으름장 놓고 있고, 이스라엘 쪽도 끝낼 기미가 안 보이니 시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야. 미군 특수부대까지 출동했다는 소식에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는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네. 기름값 오르고 환율 오르고 물가까지 미쳐 날뛰면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이라 통장은 이미 로그아웃 직전이야.
그 와중에 새로 출근하신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분께서는 환율 숫자 자체에 너무 큰 의미 두지 말라고 쿨하게 말씀하시더라고. 달러 유동성은 빵빵하니까 예전처럼 환율 좀 올랐다고 금융 불안이랑 직결시킬 필요는 없다는 논리야. 듣고 보면 일리가 있긴 한데, 이미 파랗게 질린 내 계좌를 보면 정신 승리가 쉽지 않네. 당분간은 보릿고개 넘는 심정으로 숨 참으면서 버텨야 할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