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은 역시 빌런들의 성지라는 명성을 잃지 않으려나 봐. 이번엔 임신 4개월 차 임산부가 배지를 가방에 떡하니 달고 서 있는데도 임산부석에 앉은 아저씨는 요지부동이었어. 참다못한 다른 승객이 보다 못해 자리를 양보해주며 한마디 거들었더니 거기서부터 아저씨의 역대급 분노 조절 실패 쇼가 시작됐지. 똑똑해서 좋겠다느니 임산부인 줄 어떻게 아냐느니 비꼬는 건 그냥 시작일 뿐이었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폭포수처럼 퍼부으면서 죽여버리고 싶다는 살벌한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는데 임산부 배지를 직접 눈앞에 확인시켜 줘도 미친 사람 취급하며 부모 욕까지 시전하는 인성 수준을 보여줬어. 피해자는 입덧 때문에 몸도 가누기 힘든 상태에서 혹시라도 해코지당할까 봐 무서워 가만히 있었다는데 정말 어질어질한 상황이지. 1호선을 타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서 과거에는 버스에서도 어르신 등살에 밀려 자리를 뺏긴 적이 있다니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한 답답함이 밀려와.
임산부석이 도입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비임산부가 앉아 있다는 민원이 서울교통공사에만 하루 평균 20건 넘게 쏟아진다고 해. 법적으로 쇠고랑 채울 수 없는 배려의 영역이라지만 이건 그냥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와 상식 그리고 능지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 노약자석 양보가 한국의 고유한 미덕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임산부석도 제발 상식적인 수준에서 배려가 이루어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세상에 참 별난 사람 많다지만 이번 빌런은 진짜 선을 제대로 넘어도 한참 넘었네. 그냥 조용히 지나가면 될걸 왜 저렇게 화가 많아서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