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이 이제는 거의 기업 합병 수준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결혼한 지 2년 된 맞벌이 부부 이야기인데, 남편이 슬슬 애 가질 때 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까 아내가 며칠 고민하더니 계약서를 한 장 뽑아왔대. 이름하여 “임신 및 출산에 따른 경력 손실 보전 계약서”라는 거야.
그 계약서 조항들이 진짜 입이 떡 벌어짐. 임신 성공하면 일단 축하금 명목으로 현금 5000만 원 바로 입금해야 하고, 애 낳는 순간 지금 살고 있는 남편 명의 아파트 지분 절반을 아내 명의로 넘겨줘야 해. 당연히 산후조리랑 육아 도우미 비용은 남편이 100퍼센트 부담하는 조건이고. 남편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2세 계획 세우려다가 갑자기 부동산 거래 계약서 받아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야.
아내 입장은 또 이래. 지금 커리어에서 엄청 중요한 시기인데,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몸 망가지고 경력 끊기는 리스크를 왜 나만 다 짊어져야 하냐는 거지. 확실한 경제적 보상이 없으면 자기 인생 걸고 도박할 수 없다는 논리야. 듣고 보면 또 아예 틀린 말은 아닌데 정서적으로는 좀 거부감 들긴 하잖아.
커뮤니티에서도 지금 찬반 토론이 아주 뜨거워. “이게 무슨 부부냐, 비즈니스 파트너도 이렇게는 안 한다”라며 이혼이 답이라는 쪽이랑, “현실적으로 여자가 손해 보는 게 팩트인데 저 정도 요구는 당당한 거다”라는 쪽이 팽팽하게 맞붙었어.
사랑이 밥 먹여주던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간 건지, 아니면 세상이 그만큼 각박해진 건지 모르겠어. 가족 사이에서도 지분 쪼개기랑 현금 보상이 우선시되는 걸 보니 참 씁쓸한 현실인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