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빌런들의 성지인 것 같아. 임신 4개월 차인 임산부가 병원 검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1호선을 탔는데, 임산부석에 웬 아저씨가 아주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대.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달고 있었는데도 양보는커녕 모르는 척 끝판왕을 보여준 거지. 보다 못한 다른 승객이 자리 양보해주면서 그 아저씨한테 한마디 거들었더니, 갑자기 아저씨 입에서 래퍼 뺨치는 험악한 드립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어디 임산부라고 써 있냐”, “죽여버리고 싶네”, “개같은 X”이라면서 온갖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는데, 진짜 인성 수준 실화인가 싶어. 옆에서 배지를 가리켜도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 패드립까지 시전했다니 듣기만 해도 혈압 오르는 부분이지. 안 그래도 입덧 때문에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이런 험한 꼴까지 당하면 진짜 정신적인 충격이 어마어마할 것 같아.
알고 보니 이런 빌런들이 한두 명이 아니더라고. 버스에서 노인이 노약자석이라며 자리 뺏는 건 예삿일이고,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되는 관련 민원만 1년에 무려 7,000건이 넘는대. 하루 평균 20건씩 싸움이 난다는 소리야. 법적으로 앉으면 안 된다고 강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사람이 지켜야 할 상도라는 게 있잖아. 서로 배려하며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지 참 씁쓸해지네. 1호선 탈 때는 호신술이라도 배워야 할 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