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 중에 마흔 살 되면 독신 파티 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진짜로 초대장을 날렸어. 근데 이 초대장이 예사롭지 않아. 마당 있는 카페 빌린다는 정보 옆에 축의금 넣을 계좌번호가 아주 선명하게 적혀 있었거든. 그동안 남들 결혼식 다니며 뿌린 돈을 이제는 창조경제 수준으로 회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지.
글쓴이도 예전에 결혼할 때 이 동료한테 10만 원을 받았대. 상부상조 관점에서 보면 돌려주는 게 맞긴 한데, 수금을 위해 파티까지 여는 꼴을 보니 기분이 묘했나 봐. 이게 진심 어린 축하를 위한 자리인지 아니면 그냥 깔끔한 정산 타임인지 헷갈리는 지경인 거지. 혼자 사는 삶을 축하해 달라는 명분도 뭔가 킹받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고 말이야.
하지만 동료의 반박이 아주 가불기 수준이야. 남들은 결혼할 때 당연히 돌려받을 거 생각하고 내면서, 왜 비혼인 자기가 정당하게 받으려는 건 각박하게 보냐는 논리였지. 이 말을 듣고 보니 글쓴이도 묘하게 설득당해서 결국 파티에 가기로 했대. 카페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으면 나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할 것 같다면서 정신승리를 완료한 모양이야.
사실 요즘 통계 보면 이런 상황이 마냥 남 일 같지가 않아. 30대 초반 남자 미혼율이 75%를 찍었다는데, 이 정도면 결혼 안 하는 게 거의 국룰인 셈이잖아. 앞으로 결혼식장 대신 이런 독신 정산 파티가 판을 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이니, 다들 인맥 관리하려면 미리미리 통장 잔고부터 넉넉하게 채워놔야 할지도 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