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다닌 단골집에서 김치 씻어 먹으려다 흉물 취급받은 썰 풀어본다. 서울의 한 유명 칼국수집인데 요즘 외국인 관광객도 많고 건물도 새로 올려서 아주 폼이 오른 곳인가 봐. 70대 어르신이 지인들이랑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이분이 매운 걸 워낙 못 드셔서 김치 헹궈 먹게 그릇 하나만 더 달라고 요청했거든.
근데 직원이 대뜸 저희 매장에선 김치 씻어서 못 드신다며 딱 잘라 거절했대. 이유가 더 레전드인 게 다른 손님들 보기에 흉물스러우니까 자제해달라는 거야. 아니 반백 년 다닌 단골한테 흉물이라니 이게 진정 손님한테 할 소리인가 싶다. 결국 이분 너무 화나서 국수 거의 손도 안 대고 계산만 하고 나오셨대. 70년 넘게 살면서 김치 못 씻게 하는 식당은 생전 처음이라며 황당함을 토로하시더라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좀 있어. 시사평론가는 식당이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데 어떤 변호사는 굳이 그릇을 요청해서 공론화된 게 문제라며 그냥 알아서 씻어 먹지 그랬냐는 식의 의견을 냈어. 근데 아무리 그래도 서비스직인데 말투 실화냐고. 김치에 자부심이 있는 건 알겠는데 50년 단골을 흉물 취급하는 건 선을 한참 넘은 것 같아.
맛집이라고 소문나면 초심 잃고 갑질하는 가게들 종종 나오는데 여기도 단골보다 새로 유입되는 뜨내기 손님이랑 외국인이 더 중요해졌나 봐. 50년 의리가 김치 헹구는 물 한 사발보다 가벼워진 현실이 참 씁쓸하다. 다들 유명 맛집 갈 때 김치 씻어 먹으려면 그릇은 집에서 챙겨가야 할 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