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 도착했는데 시동만 끄고 멍하니 앉아있는 형들의 눈물겨운 생존 전략이 화제야. 분명 주차는 끝났는데 아내 카톡에는 주차장이라며 밑장빼기 시전하고 핸들 붙잡고 있는 그 10분이 하루 중 유일하게 허락된 힐링 진공상태라는 거지. 현관문 너머로 들리는 애들 발소리가 환청처럼 들려도 도무지 차 문을 열 용기가 안 나는 상황이야.
이게 사실 사회학적으로 보면 역할 긴장을 해소하려는 나름의 처절한 몸부림이야. 낮에는 회사에서 굽신거리는 김 부장 가면을 써야 하고, 현관문 열자마자 바로 육아 만렙 에너자이저 아빠 가면으로 즉시 갈아끼워야 하잖아. 그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 오지 않게 잠시 가면 내려놓고 온전히 나로 존재하며 숨 고르는 산소호흡기 같은 공간이 바로 자동차 운전석인 셈이야.
더 뼈아픈 팩트는 수억 원 대출받아 산 내 집인데도 정작 가장을 위한 진짜 내 방은 없다는 거야. 안방은 와이프 취향으로 도배됐고 작은방은 애들 장난감이랑 책으로 이미 점령당했잖아. 결국 내 맘대로 에어컨 조절하고 눈치 안 보며 노래 크게 틀 수 있는 1평짜리 비좁은 강철 캡슐이 유일한 아지트이자 성소가 된 거지.
가족이 싫어서 도망친 게 아니라, 밖에서 묻혀온 빡침과 스트레스를 거실까지 끌고 가지 않으려는 가장 처절하고도 헌신적인 감정 세탁 시간이라고 보면 돼. 주차장에서 보내는 그 고독한 10분 덕분에 집에 들어가서 다시 환하게 웃는 듬직한 아빠로 변신할 수 있는 거니까. 오늘도 무사히 귀환하려고 차 안에서 마음의 굳은살 다듬는 형들 보면 비난하기보다 진짜 리스펙트해야 한다고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