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려고 아내 짐 정리하다가 뜬금없이 신생아 사진이랑 서류가 담긴 상자를 발견한 남편 사연이 올라왔어. 남편이 이게 대체 뭐냐고 추궁하니까 아내가 정말 가슴 아픈 고백을 하더라고. 스무 살 무렵에 성폭력 피해를 입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결국 아이를 낳아서 입양을 보냈다는 거야. 자기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어.
남편은 아내가 겪었을 고통은 이해하지만, 결혼이라는 게 인생을 함께하는 건데 이런 중요한 사실을 말 안 하고 결혼했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어. 이미 신뢰가 바닥까지 무너져서 평생을 함께할 자신이 없다며, 이게 사기 결혼에 해당하는지랑 혼인 취소가 가능한지 상담을 요청했지.
그런데 법적인 결론은 남편의 기대와는 좀 달랐어. 대법원 판례를 보면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극히 내밀한 사생활 영역이라 배우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법적이나 사회적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거든. 즉, 단순히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사기 결혼으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거야.
물론 성폭력 같은 범죄 피해가 아니라 일반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출산 사실을 숨겼다면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범죄 피해자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법이 아내의 사생활을 더 우선시하는 셈이지. 위자료 역시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기망 행위를 한 게 아니라면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하네. 신뢰의 파탄이라는 감정적 문제와 법적인 잣대 사이의 괴리가 참 크게 느껴지는 사건인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