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TX랑 비행기가 아주 안방인 줄 아는 빌런들이 출몰해서 난감하기 짝이 없어. 서울에서 마산 가는 KTX를 탄 한 승객은 꿀잠 자다가 갑자기 진동하는 악취 때문에 눈을 떴는데, 앞에 웬 발가락들이 빼꼼 나와 있는 걸 본 거야. 알고 보니 뒷자리 여자가 자기 발을 앞좌석 팔걸이에다가 턱 올려둔 거였지. 싸워봤자 입만 아플 것 같아서 결국 피해자가 자리를 옮겼다는데, 이건 거의 생화학 무기 테러나 다름없지 않냐. 공공장소에서 이런 매너는 도대체 어디서 배워온 건지 의문이 들 정도야.
비행기라고 예외는 아니었어. 인천에서 호찌민으로 가는 하늘길에서도 레깅스 요정이 나타났거든. 착륙 20분 전이면 다들 벨트 매고 경건하게 착륙을 대기할 시간인데, 갑자기 앞좌석 등받이 위로 다리를 쫙 올리더니 요가 클래스마냥 스트레칭을 15초 동안 시원하게 말아버린 거야. 더 킹받는 포인트는 바로 옆에 있던 남편의 반응이야. 말리기는커녕 부인이 그러거나 말거나 허허실실 웃으면서 수다 떨고 있었다니 이 정도면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과학이라는 걸 증명한 셈이지.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매너는 제발 뇌에 좀 넣어두고 다녔으면 좋겠어. 본인 발가락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는 건 집에서나 통하는 얘기지, 남들 코끝을 습격하는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거잖아. 남 눈치 좀 적당히 보고 살아야 서로가 편한 법인데 말이야. 안방이랑 대중교통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발 잊지 말아줬으면 해. 이런 빌런들 보면 진짜 인류애가 바닥을 치는 기분이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