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안 좋아지는데 기름값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어서 한숨만 나와. 경유 가격이 드디어 3년 9개월 만에 L당 2000원 선을 훌쩍 넘어버렸거든. 휘발유는 벌써 지난주에 앞자리가 2로 바뀌어서 사람 기운 빠지게 하더니 이제는 경유까지 합세해서 내 지갑을 아주 탈탈 털어가고 있어. 서울은 더 노답인 게 평균 가격이 2040원을 넘보고 있어서 주유소 들어가기가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서울 지경이야.
이게 다 중동 쪽에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니까 국제 유가가 요동을 쳐서 벌어지는 현상이래. 호르무즈 해협인지 어딘지 거기서 군사적 충돌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브렌트유 가격이 급등했다고 하더라고. 보통 국제 시세가 오르면 2~3주 뒤에 우리 동네 주유소 가격표가 바뀐다는데 지금 오른 게 나중에 또 반영될 거라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뒷목이 당기는 기분이지.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라서 4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가동했대. 3차 때랑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가 상한선을 묶어두긴 했지만 이미 체감 물가는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상태라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어. 예전에 전쟁 났을 때 기름값 때문에 난처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ptsd 제대로 자극하는 중이야.
진짜 이제는 차는 모셔두고 튼튼한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 타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 기름 넣을 때마다 손이 달달 떨려서 제대로 넣지도 못하겠어. 기름값 2000원 시대가 다시 찾아온 게 정말 믿기 싫지만 현실이라니 더 킹받는 거지. 조만간 주유소 앞 지나갈 때마다 눈물 한 방울씩 흘릴 준비나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