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아빠 옷 뺏어 입는 건 국룰인데 그게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야. 미국 미네소타에 사는 헤더라는 분은 어릴 적 아빠의 파란색 작업복 외투를 참 좋아했대. 아빠 체취가 좋아서 추운 날이면 그거 입고 토끼 먹이 주러 나가고 그랬다는데, 알고 보니 그 옷에 묻어있던 회백색 가루가 바로 1급 발암물질 석면이었던 거지.
세월이 흘러 36살에 첫 아이 낳고 나서부터 몸이 심상치 않았대. 처음엔 그냥 육아 피로인 줄 알았는데 가슴을 트럭이 밟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고 고열이 계속되니까 병원을 찾은 거야. 검사 결과는 이름도 생소한 악성 중피종이었어. 석면 노출로 생기는 암인데 수술 안 하면 남은 수명이 고작 15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거지.
결국 왼쪽 폐랑 갈비뼈 하나, 심장 내막에 횡격막 일부까지 떼어내는 어마어마한 대수술을 감행했대. 항암 4번에 방사선 30번이라는 지옥 같은 과정을 다 견뎌내고 20년째 생존 중이라니 진짜 인간 승리 그 자체지. 한쪽 폐로만 숨 쉬느라 계단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지금은 석면 위험을 알리는 인권 활동가로 열일하고 있대.
사실 헤더 아버님도 2014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이것도 석면 영향이 컸을 거래. 아빠 사랑해서 입었던 옷이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지 않냐. 보이지 않는 먼지가 이렇게 무서운 거니까 현장 일하는 가족 있으면 옷 관리에 진짜 신경 써야 할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