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러 전라도 여수랑 순천으로 혼자만의 힐링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 모처럼 얻은 자유라 설레는 마음으로 동기 단톡방에 슬쩍 흘렸더니 평소에 따로 본 적도 없던 동기 하나가 갑자기 개인 톡으로 자기도 끼워달라고 하더라고. 근데 문제는 이 친구한테 이제 막 돌 지난 아기가 있다는 사실이었지.
설마 애를 데려올까 싶었는데 진짜로 아기랑 동행하겠대. 숙박비랑 기차표는 자기가 다 낼 테니까 제발 숨 좀 쉬게 해달라는데 이게 대체 여행을 가자는 건지 보모를 구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 퇴사 여행의 본질은 휴식인데 가서 기저귀 갈고 분유 타는 거 구경하게 생겼으니 기가 찰 노릇이지. 정중하게 남편이랑 오붓하게 다녀오라고 권했더니 남편은 돈 번다고 유세 떨고 자기는 독박 육아 중이라며 갑자기 분위기 싸해지게 하더라고.
아기를 두고 오면 고려해보겠다고 나름의 타협안을 던졌지만 아기가 엄마 없으면 잠을 안 잔다며 끝까지 1+1 합체를 고집하대. 결국 이번엔 혼자 쉬고 싶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더니 갑자기 흑화해서 장문의 저주 메세지를 보내는 거야. 본인 상황이 편해서 세상 물정 모른다느니, 결혼해서 애 낳아보면 사람 다 걸러진다느니 하면서 아주 인성 바닥을 인증해주더라고.
마지막에는 잘 먹고 잘살라면서 비아냥거리더니 연락처 차단하고 단톡방까지 빤스런 하던데 솔직히 조상님이 도우신 수준이지. 지 힘들다고 남의 퇴사 여행을 육아 캠프로 만들려던 건 선을 세게 넘은 거잖아. 덕분에 돈 안 들이고 인간관계 정리도 깔끔하게 했으니 이게 바로 진정한 퇴사 선물이 아닐까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