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사실상 통장 잔고 학살의 달임. 40대 직장인 H씨는 어린이날 선물로 20만 원짜리 로봇 지르고, 매달 고정으로 나가는 영어유치원이랑 학원비 150만 원 입금하고 나니 계좌가 이미 사망 상태임. 그런데 달력을 보니 어버이날이 코앞이라 숨이 턱 막힘. 아내가 물가 너무 올랐으니 양가 부모님 용돈 좀 줄이자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슴 한구석이 찡해짐.
요즘 영어유치원 기본이 150만 원이고 강남은 200만 원도 우스움. 여기에 셔틀비랑 식비 합치면 그냥 숨만 쉬어도 돈이 줄줄 셈. 내 자식 기 안 죽이려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어서 학원비는 칼같이 내면서, 정작 나 키워준 부모님 용돈 10만 원 더 부쳐드리는 건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되는 게 요즘 샌드위치 세대들의 씁쓸한 현실임.
자괴감 오지게 들어서 커뮤니티에 하소연하면 다들 내 얘기라며 폭풍 공감함. 자식 사교육비 200만 원은 필수 지출이고 부모님 용돈 30만 원은 부담스러운 내 모습에 현타 온다는 가장들이 한둘이 아님. 점심 먹고 마시던 시원한 커피 한 잔까지 끊어가며 필사적으로 버티지만, 정작 어버이날에 얇아진 봉투 들고 고향 내려가는 가장들의 어깨는 축 처질 수밖에 없음.
부모님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 미친 인플레이션 세상에서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발버둥 치는 처절한 생존 게임임. 효도마저 사치가 되어버린 3040 세대들의 5월 가계부는 오늘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한 편의 느와르 그 자체임.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더니 통장 잔고가 그 말을 뼈아프게 증명해 주는 중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