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신발 두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길래 누가 이사를 오나 싶었더니, 알고 보니 거기서 청춘 영화를 찍고 있었지 뭐야. 아들이랑 장 보고 들어오던 입주민이 방화문 틈새로 묘한 소리를 듣고 확인해 봤더니만, 남녀 학생이 아주 뜨겁게 몸을 부비고 있는 현장을 직관해버렸어. 드라마도 아니고 현실판 계단 로맨스라니 목격한 분은 얼마나 황당했겠어. 심장이 벌렁거려서 잠도 안 올 지경이었을 거야.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경비실로 달려가서 제발 가서 좀 말려달라고 했더니, 경비 아저씨 대답이 더 기가 차. 요즘 애들 성깔 무서워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일 난다고 몸을 사리시더라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고 주먹보다 무서운 게 요즘 급식들이라는 걸 아저씨도 본능적으로 느꼈나 봐. 결국 참다못한 입주민이 총대를 메고 직접 현장으로 재출동했지.
휴대폰 플래시를 광선검마냥 켜서 비추니까 여학생이 눈도 안 깜빡이고 “대화 중이에요”라며 역대급 철판을 깔더라고. 심지어 여기 사는 사람도 아니면서 남의 집 앞 계단에서 그러고 있었다는 게 소름이지. 밝은 곳 가서 대화하라고 좋게 말해서 보냈다는데, 세상이 참 흉흉하다 싶어. 아저씨도 나중에 사과하러 오시긴 했지만, 오죽하면 어른들이 애들 눈치를 보겠냐고.
관리소에서는 이제 계단 등도 다 고치고 순찰도 빡세게 돌기로 했다니까 그나마 다행이야. 혹시라도 스릴 즐기겠다고 밖에서 그러는 친구들 있으면 정신 차려야 해. 으슥한 곳에서 그러다가 공연음란죄로 쇠고랑 찰 수도 있거든.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500만 원이면 인생 난이도 헬파티 열리는 거 순식간이야. 제발 사랑은 프라이빗한 곳에서 하길 바라. 남의 아파트 계단은 사랑의 도피처가 아니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