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거주 중인 60대 어머님이 전한 사연인데 사정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듣다 보면 화가 치밀어 오름. 딸 결혼식 딱 한 달 앞두고 아버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는데, 그 큰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식을 준비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음. 그래도 딸 생각해서 꿋꿋하게 마음 다잡고 준비하는데, 결혼식 일주일 전쯤 딸이 엄마랑 같이 입장하고 싶다는 뜻밖의 부탁을 해온 거임.
결국 당일에 아빠 대신 엄마 손 꼭 잡고 버진 로드 걸었는데, 식 끝나고 하객들한테 인사하러 다니니까 어떤 지인이 대놓고 꼽을 주더래. 사정은 알지만 그래도 외삼촌이 해야 했던 거 아니냐며, 엄마랑 딸이 손잡고 입장하는 건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는 식으로 뇌절을 시전함. 심지어 그날 온 하객들끼리 뒤에서 수군수군 뒷담화까지 깠다니 진짜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부분임.
어머님은 한인 사회 워낙 좁으니까 혹시라도 딸이 이 소리 듣고 상처받을까 봐 뒤늦게 후회까지 하신다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이게 왜 이상하게 보일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감. 사실 결혼식에 정답이 어디 있고 원칙이 어디 있겠음. 요즘은 주례도 생략하고 신부가 힙하게 춤도 추면서 입장하는 마당에 엄마랑 걷는 게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음.
전문가들도 가족의 일이고 본인들이 원해서 한 선택인데 제삼자가 비난할 이유는 1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음. 축하하러 간 자리면 조용히 박수나 쳐줄 것이지, 남의 집 가정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오지랖은 제발 좀 집어치웠으면 좋겠음.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관습 타령하면서 사람 마음 후벼파는지 참 씁쓸함. 꼰대 하객들 헛소리에 어머님이랑 신부가 너무 마음 안 다쳤길 바라는 마음임.

